본 논문은 바바부띠(Bhavabhūti)의 8세기경 산스끄리뜨 희곡 『말라띠마다바』(Mālatīmādhava)에 나타난 여성 수행자를 중심으로, 이들이 지니는 ‘서사적 중심성’을 규명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여기서 ‘서사적 중심성’이란 특정 인물이 이야기의 중심에 위치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플롯의 핵심 단계들을 조직하고 작동시키는 기능적 중심성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산스끄리뜨 극문학에서 여성 수행자는 보조적 인물로 제한되는 경향이 있으나, 본 작품에서는 불교 수행자 까만다끼(Kāmandakī), 샤이바 수행자 까빨라꾼달라(Kapālakuṇḍalā), 사우다미니(Saudāminī)가 각각 서사의 발단, 위기, 해결을 담당함으로써 플롯의 전개를 실질적으로 조직하는 핵심 행위자로 제시된다. 이에 따라 본고는 『나뜨야샤스뜨라』 (Nāṭyaśāstra)의 플롯 이론을 바탕으로 중심 플롯과 보조 플롯의 전개 양상을 분석하고, 수행자 여성들이 서사의 단계적 구조를 어떻게 분담하고 작동시키는지를 고찰하였다.
또한 본 연구는 작품 내적 분석과 더불어, 베다 및 다르마샤스뜨라 문헌, 서사문학과 궁정문학, 그리고 불교와 샤이비즘 전통에 나타난 여성 수행자 표상을 검토함으로써, 『말라띠마다바』의 인물 형상이 형성된 사상적·종교적 배경을 함께 고찰하였다. 특히 본고는 여성 수행자를 세속과 탈세속의 경계에 위치한 ‘경계적 존재(liminal agent)’로 개념화하고, 이러한 위치가 다양한 공간과 질서를 가로지르는 서사적 개입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그들의 기능적 중심성을 뒷받침한다는 점을 논증하였다.
더 나아가 본고는 7–8세기 북인도에서 불교의 재편과 샤이바 전통의 확산, 그리고 딴뜨라적 요소의 부상이 병행되던 종교적 환경 속에서, 여성 수행자들이 지혜로운 중재자, 위협적 적대자, 초월적 해결자로 분화되어 나타나는 양상을 해석하였다. 이를 통해 『말라띠마다바』 의 여성 수행자는 단순한 주변 인물이 아니라, 서사 구조를 조직하는 문학적 장치이자 당대의 여성관과 수행관, 종교적 경쟁 구도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형성된 존재임을 밝힌다.
이러한 분석은 산스끄리뜨 극문학에서 인물의 기능이 서사 구조의 형성에 어떻게 기여하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를 제시하며, 8세기 북인도의 종교문화적 맥락 속에서 여성 수행자 표상에 대한 이해를 심화시키는 데 기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