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고대 인도의 불교 승원은 수행의 공간이었을 뿐만 아니라, 의료의 공간이었다. 본고는 고대 인도 불교 승원의 의료를 연구하기 위해 비나야삐따까(Vinayapiṭaka)의 『마하박가』(Mahāvagga), 그 중에서도 특히 「약건도」(Bhesajjakkhandhaka)와 「의건도」(Cīvarakkhandhaka)에 나타난 질병과 치료를 분석하였다. 『마하박가』에는 병인론이 분명하게 나타나지 않지만, 다른 불교 문헌에 나타난 불교의 병인론인 3 도샤론 및 4요소의 부조화는 당대 인도의학의 병인론과 거의 같다. 이러한 병인론을 전제하는 『마하박가』에는 출가승의 다양한 질병 발생사례와 치료방법이 수록되어 있다. 불교 승원에서 발생한 질병에는 가을병(가을의 소화불량과 황달 증세), 관절통, 복통, 피부병, 두통, 치질, 눈병 등이 있다. 치료법은 크게 약물 복용법, 약품 도포법, 발한법, 연기 흡입법 등이 있다. 이중에서 약물 복용법은 다시 두 가지로 나뉘는데 다섯 가지 기본약(정제버터, 생버터, 기름, 꿀, 사탕수수즙)을 복용하거나, 여타 식물 뿌리, 수렴제, 잎, 열매, 수지 등을 복용하는 방법이다. 승원의 의료는 세간의 의학적 지식에 근거하여 치료를 시행하고, 병세를 관찰하며 다시 다른 치료를 시도하는 형태를 보였다. 엄격하고 구체적인 규율로 관리된 불교 승원의 공동체 생활은 체계적인 의료의 시행과 약물 수집 및 관리를 가능케 했다. 그러나 승원에서는 단순히 치료 효과만 고려해서 의료를 행하지는 않았다. 출가승들의 질병을 치료하고 건강을 도모하되, 그것이 불교 수행에 적합해야 한다는 원칙에 따라 의료를 시행했다. 즉, 승원에서는 출가승의 욕망이 자극되는 일이 없도록 의료와 수행의 균형을 추구했다. 불교의 실천 원칙인 중도(中道)가 불교 승원의 의료에도 적용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