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강독에서는 『유식이십론』 20송 부분의 수사적 위력과 논리적 헛점을 살펴본다. 관념론을 거부할 경우 ‘의지적 업이 신체적 업이나 언어적 업보다 위중하다’는 불교윤리학의 근본 원리가 위태로워진다는 바수반두의 지적은 논리적 오류이며 심지어 이 오류가 의도된 것으로 보인다. 이를 보이기 위해 『유식이십론』과 그 주석들을 살펴볼 예정이다.
본 강독회에서는 『유식이십론』 20송 부분의 (아마도 의도된) 논리적 헛점을 검토하였다. 주지하다시피 바수반두는 『유식이십론』에서 시종일관 불교관념론을 논리적으로 옹호한다. 대상의 실재성을 받아들이는 상식적인 세계관에 맞서 인식 독립적인 대상을 받아들이지 않고도 세계를 합리적으로, 그리고 어쩌면 더욱 ‘경제적으로’, 그려낼 수 있음으로 보이고자 하는 것이 그의 큰 전략이다. 이런 맥락에서 관념론적 세계관을 거부한다면 의지적 업이 신체적 업이나 언어적 업보다 위중하다는 불교윤리학의 근본 원리가 어떻게 성립할 수 있겠느냐는 20송의 일갈은 매우 돋보이는 장면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대목은 그 수사적 강력함에 비해 논리성이 매우 떨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강독회에서는 『유식이십론』20송 및 자주(自註), 그리고 여타 주석들을 읽어나가면서 바수반두의 논리적 헛점이 무엇인지, 헛점이라면 의도된 것인지, 허점이 아닐 수 있다면 어떠한 해석 하에서 그럴 수 있는지를 살펴보았다.